동양고전 한우물, 대작 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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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전 번역의 외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두 사람의 20년에 걸친 노력이 각각 열매를 맺었다. 임동석(건국대 중문과.55) 교수가 펴낸 '사서집주언해'(四書集註諺解.전4권.학고방출판사)와 실학(實學) 전문 번역가 정해렴(65)씨가 펴낸 '목민심서정선'(牧民心書精選.전2권).'역주 경세유표'(譯註 經世遺表.전4권.현대실학사)는 모두 '노작(勞作)'이라는 말에 걸맞은 번역서다.

임 교수는 우선 고전 번역의 분량면에서 다른 이들을 압도하는 인물. 지금까지 '세설신어(世說新語)' '설원(說苑)' '현문(賢文)' 등 동양학 분야의 주요 고전 30여 종을 번역해냈다. 그런 임 교수가 자신의 작업의 압권으로 꼽는 것이 바로 '사서집주언해'다.

'사서집주'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의 '논어' '맹자' '대학' '중용'에 대한 해석을 가리킨다. 이미 여러 종의 번역서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임 교수 번역본의 특징은 무엇보다 조선시대에 한글로 풀이한 '사서 언해'를 해당 쪽수에 나란히 실어 놓았다는 점이다.

'사서 언해'인 '도산본'과 '율곡본'을 주자의 해설과 비교해 볼 수 있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교수는 주자의 말이 어디서 인용된 문구인지 그 출전을 일일이 찾아내 밝혀 놓았다. 한나라 이후 중국 학자들의 사서에 대한 연구 성과도 각주에 모두 소개했다. 이와 함께 한자의 소리에 대한 주석(音註), 예컨대 '불역열호(不亦說乎)'에서 '說'을 '설'이 아니라 '열'로 읽어야 한다는 주자의 해설까지 모두 처음으로 번역했다. 그야말로 '사서집주'의 완역이라 할 만하다.

다산 정약용이 조선 사회 개혁의 요체를 밝힌 '목민심서정선' '역주 경세유표'를 펴낸 정해렴씨는 다산의 6세손이다.

그는 출판사 창비에서 20여년간 국학 관련 전문 편집자로 일하면서 실학을 공부했다. 지난 10여년 간 '역주 흠흠신서' '아방강역고' 등 다산 저서를 집중적으로 번역했다. 그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내가 처음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다산의 경세학(經世學) 관련서를 모두 내 손으로 보다 읽기 쉽게 역주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이제는 나이도 들고 해서 의학서인 '마과회통'을 번역한 뒤 다산 실학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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