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자동세차장 폐수 오염 갈수록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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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S주유소. 기름을 넣을 경우 무료로 제공되는 세차를 하기위해 자동세차기 뒤에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윙' 소리와 함께 자동세차기가 왁스.세제를 뿌리며 앞뒤로 움직이자 승용차는 3분만에 깨끗이 닦인다. 대신 기름띠·왁스·세제 등으로 뒤범벅된 폐수는 곧바로 하수구로 방류된다.

아르바이트생 朴모(24)씨는 "하루 10여t씩 나오는 폐수가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고 털어놨다.

경기도 안양시 L주유소의 사정도 비슷하다. 하루 2백50~3백대를 세차하는 이곳에서는 하루 15t 정도의 폐수가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지역 주유소에 설치된 자동세차장에서 정화처리 없이 방류한 폐수가 하천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유소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세차기를 설치한 뒤 무료 또는 싼값(1회 1천원)에 세차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세정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1만여곳에 설치된 자동세차기는 3천~4천대로 하루 4만~5만t의 폐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동세차기 가운데 60%는 수도권에 있다.

199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문식(鄭文植)교수팀이 서울시내 주유소 11곳을 조사한 결과 6곳에서 방류기준치의 최고 2.5배를 넘는 폐수가 나왔다. 철.망간.알루미늄 등 중금속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 조사에서도 강남구 H주유소는 노르말헥산이 기준치의 7배 넘는 36.2□, 관악구 S주유소와 강서구 K세차장은 물고기에 치명적인 합성세제(ABS)가 기준치의 3배 넘게 나왔다.

특히 세차폐수는 독성이 강해 수중 용존산소 부족을 유발, 물고기 폐사 등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대부분 주유소들이 폐수를 정화하지 않고 하천으로 흘려 보내는데고 있는데도 자치단체의 단속이 겉돌고 있다.

현행 수질환경보전법에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COD)▶부유물질 ▶수소이온농도(pH)▶음이온계면활성제(세제)▶기름성분인 노르말헥산 등 5가지 수질기준에 맞춰 세차폐수를 방류토록 돼있다.

그러나 방류기준을 초과할때 매기는 배출부과금은 COD와 부유물질 2개 항목 뿐이며 부과 금액도 1백만원 이하다.

더우기 시설설치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하다 적발되더라도 과태료가 50만원에 불과해 배짱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유소들의 자동세차기 설치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단속을 강화하겠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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