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오바마의 새 승부수 녹색법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비싸고 자원이 한정된 석유나 가스 대신 태양열로 난방하고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다면? 또 자동차도 굴린다면?

기술 개발로 이런 분야의 발전 단가를 낮추고 환경오염도 줄인다는 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녹색성장 전략이다. 에너지 효율과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에 올해만 589억 달러(약 68조원)를 쏟아 붓고,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론 500만 개의 새 일자리(Green Job) 창출이 목표다.

사실 친환경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건 고삐 풀린 실업난이다. 10월 실업률이 10.2%인데, 구직 단념자와 파트 타임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7.5%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52.2%로 2차 대전 때 수준이다. 공공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규 실업자 5명 중 1명이 공무원이다. 세수가 부족한 지방정부가 교사와 공무원 해고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7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오바마 취임 후에만 350만 명이다. 그러니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고,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계속된다.

내년엔 중간선거도 있다. 오바마는 실업률 18.5%의 스페인을 주목했다. 스페인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총발전량의 24.5%를 채운다. 300억 달러(약 35조원)가 들어갔고, 일자리 20만 개가 생겼다. 이젠 와인보다 많은 액수의 태양광·풍력 시설을 수출한다. 스페인 정부는 추가 일자리 100만 개를 위해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오바마는 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논의한다. 중국과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1, 2위 국가다. 귀국하면 즉각 청정에너지 안보법안, 청정에너지 일자리 법안 등 온실가스를 줄이고 녹색성장을 돕는 입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청정에너지로 지구를 살리자는 명분은 옳다. 문제는 얼마나 솜씨 좋게 이를 관철해 낼 수 있느냐는 거다. 석유와 석탄, 자동차 업계에선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일자리 100만 개가 사라진다고 아우성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제조업 지역 의원들은 결사 반대다. 새로운 세금(탄소세)을 달가워할 소비자는 없다. 3년 전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석유세로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에 나서자고 했다가 주민투표에서 55대45로 졌다. 석유세가 가격 상승을 부른다는 주장이 먹혔다.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공화당과 다툰 건강보험 개혁 입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번엔 거대 기업의 반대와 싸워야 한다. 그의 녹색 내전은 내용적으론 앞선 전쟁만큼 힘겨울지 모를 일이다.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