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예술·기업 융합 중요 … 금융에도 타학문 섞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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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헨리 페트로스키(사진) 미국 듀크대 도시환경공학과 석좌교수는 기술이 예술·인문·사회·경제 등 여러 학문과 융합돼야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융합론자’다. 그는 다음 달 9일 한국에서 열릴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융합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

“디자인이 성공의 결정적 요소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디자인 자체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다. 이에 더해 인문·사회·경제학과의 융합까지 이뤄지고 있다.”

-폭넓은 학문 간 융합의 사례를 들어 달라.

“다리(교량)를 보자. 전에는 튼튼하게 지을 수 있는 건설 전문가만 있으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리를 놓기 전에 교통·생태 환경에 미칠 영향과 유지·보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리 하나 놓는 데 환경·교통·디자인·경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0년 개통된 영국 런던 템스강 밀레니엄교의 설계를 공모했을 때는 전체적인 도시 미관을 생각해 팀에 예술가를 포함할 것을 필수조건으로 달았다.”

-금융 쪽도 다른 학문과 융합이 일어나고 있나.

“금융에서 융합이 부족했던 게 지금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금융 시스템과 상품은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들이 개발한다. 새 시스템이 사회·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인문·사회 같은) 다른 분야 사람들이 함께 참여한다면 많은 질문과 토론을 통해 새로 개발한 시스템과 금융 모델이 갖는 부정적 기능도 사전에 검증했을 것이다.”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강연할 내용은.

“과학과 공학, 그리고 여타 학문 간의 융합 추세에 대한 것이다. 여러 학문이 융합된 ‘공학 디자인’은 단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테크플러스 포럼(www.techplusforum.com)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미래기술의 트렌드를 제시하고, 국내 기업인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얘기하는 자리다. 중앙일보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존 마에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총장, 매티 매티슨 스탠퍼드연구소 이사 등도 강연할 예정이다. 참가 문의 02-553-5532.

권혁주 기자

◆헨리 페트로스키=1990년대 중반에 쓴 저서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Invention by Design)』 등을 통해 디자인의 부각과 기술·인문·사회학의 융합을 예견했다.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인간과 공학 이야기(To Engineer is Human)’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종이 한 장의 차이(Success through Failure:The Paradox of Design』 등의 저서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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