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등록금 투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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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 대학의 새 학기 등록금 인상계획에 학생들의 반발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속에서 지난해 거의 등록금을 올리지 못했던 대학들은 올해는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결사반대' 를 외치고 있다.

사립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연대투쟁체제를 갖춘 가운데 벌써 일부 학교에서는 총장실 점거사태가 빚어졌고, 앞으로 동맹휴업이나 단식농성 등으로 투쟁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어서 '등록금 투쟁' 은 '총선운동' 과 함께 새 학기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사회환경의 변화로 학생운동이 탈(脫)정치화되면서 소위 '학내 민주화' 운동의 한 방안으로 등장한 등록금 투쟁은 수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등록금 책정에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수요자로서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대학재정을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재정비리로 말썽을 빚는 대학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 투쟁은 대학측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가에 타성화되다시피 한 등록금 투쟁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학의 잘못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올해 더욱 두드러진 신입생과 재학생의 등록금 차별인상이다.

상당수 대학들이 신입생만 등록금을 올리거나 인상률을 재학생의 두배 가량으로 확정, 통지했다고 한다.

어떤 대학은 신입생 숫자를 줄이기 때문에 그들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또 일부 대학은 자체 인상안을 신입생들에게 적용한 뒤 인상률이 확정되면 차액을 되돌려준다지만 입에 발린 소리다.

재학생의 집단반발에 밀려 그 부담을 신입생에게 전가하는 얄팍한 노림수다. 신입생들이 2, 3학년이 되어 벌일 인상반대 투쟁에 대비해 미리 많이 올려놓아야 한다는 속셈도 작용하는 모양이다. '말 못하는' 신입생들만 희생되는 꼴이다.

등록금 인상에서도 대학은 당당해야 한다. 언제까지 대학생들은 투쟁을 벌이고 대학측은 그에 밀려 편법내기 궁리만 할 것인가. 등록금 인상을 대학 자율에 맡긴 지 이미 오래다.

학생들 눈치보느라 맡겨진 자율권마저 대학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선 안된다.

우리가 이미 제안한 바 있듯 대학은 신입생 등록금 예고제를 통해 학교선택단계에서 학비부담 규모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등록금이 학생운동의 규탄대상이 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학생들 역시 이제는 운동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을 빌미로 연대투쟁의 호기로 삼아서는 안된다. 학생 스스로 선택한 대학이라면 부담한 만큼 충분한 교육서비스를 받았느냐에 더욱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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