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러 신조약 체결 속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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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0년대까지는 북한과 혈맹(血盟), 90년대엔 한국 일변도 외교정책, 2000년대에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 . 9~10일 이틀 동안 평양을 방문, '조(朝).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 (일명 '신조약' )을 공식 체결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결산표다.

조약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종전의 '이념적 동맹관계' 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구도로 양국관계가 재정립됐고 새로운 차원에서 상호 협력의 틀이 마련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이후 10년 만에 이뤄진 이번 이바노프의 방북은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선언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는 90년 한.소 수교 이후 북한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한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펴온 결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만 축소됐다고 판단해 왔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앞으로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신조약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이 그 어떤 제3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고 명시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못지 않게 한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한국과 북한을 적절히 파트너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조약이 체결됐더라도 경제난 때문에 실질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은 작으나 러시아가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할 가능성은 크다" 고 전망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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