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직장의보 '사실상 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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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의료보험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보험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백39개 직장의료보험조합 가운데 전북2지구, 대구1.2지구, 경남1지구 등 21개 의보조합의 적립금이 바닥나 의료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이들 의보조합들은 연합회 대출로 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의보조합의 재정악화 상황은 1978년 의료보험이 출범한 이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또 지난해 3천2백여억원의 적자를 냈던 지역의보도 올해 4백45억원 가량의 적자를 더 낼 것으로 보여 적립금 규모가 계속 줄고 있다.

◇ 직장의보〓21개 조합이 연합회로부터 빌린 돈은 총 2백56억원. 차입금이 없으면 쓰러지는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다.

의보연합회 관계자는 "진료비 지급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보험료 수입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 탓" 이라면서 "보험료 인상만이 해결책이지만 급격한 의보료 인상이 쉽지 않아 더욱 재정이 악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9월말 현재 법정 적립금(6개월간 의보료 수입없이 진료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채우지 못한 곳도 42개 조합에 이른다. 직장의보는 9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부산6지구.강원1지구.수협중앙회 등 18개 조합은 의보료를 무려 30~40%씩 잇따라 올렸다.

대구1지구의 경우 지난해 1, 6, 12월 세차례에 걸쳐 1년간 보험료를 1백%나 올리기도 했으나 직장의보의 재정난은 계속되고 있다.

◇ 지역의보〓98년 1천5백72억원, 99년 3천2백억원(추정치)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립금을 계속 까먹어왔다. 올해도 4백45억원 가량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지난해 말 현재 누적적립금 3천9백9억원이 올해는 3천4백64억원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은 총재정 대비 26%까지 떨어진 국고보조금 비율을 89년 의보 출범 당시의 비율(50%)까지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문제점.대책〓올 7월 의보통합을 앞두고 일부 조합이 의보료 인상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 재정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부 지역의 한 조합관계자는 "통합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의보료를 올려야 하는데도 올리지 않은 조합들이 많다" 며 "6월 말까지만 버티면 되는데 가입자들로부터 욕먹어가며 보험료를 올려야 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또 의보혜택 기간이 연중으로 확대되는 등 의료비 지출요인이 증가하는 반면 국고지원과 의보료 인상은 이를 뒤따르지 못해 지역의보 재정악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보료 징수율을 높이고 관리비를 절감해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지난해 11월 도입한 의약품 실거래가제 등 보험급여를 합리화해 지출을 줄여나갈 방침" 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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