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비행기서 아이들 난장판 본체 만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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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인의 비행기내 예절이 입에 오르내린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며칠 전 미국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비행기 내에서 직접 경험해보니 그 오명(汚名)이 실감났다.

단체로 미국을 방문한 듯한 50여명의 한국인 초등학생과 인솔자가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륙하기 전부터 학생들이 뛰어다니고, 큰소리치고, 앞의자를 마구 흔들고, 의자 밑으로 기어다니는 등 법석을 떨어 비행기 내는 곧 수라장이 돼 버렸다.

이들을 보는 외국인 탑승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연신 짓고 있었다. 승무원은 아이들 행동을 제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한시간쯤 지나자 제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또다시 일어나 주위를 시끄럽게 했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인솔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방치한 채 맥주를 연거푸 마시며 큰소리로 떠드는 것이었다. 동행한 학부모 역시 기내를 돌아다니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잠든 승객들을 깨우곤 했다.

참다 못해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 "비행기 내에서는 좀 조용히 해달라" 고 부탁했지만 이들은 괘념치 않았다.

결국 13시간 정도의 비행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어린이의 해외여행이 급증한 만큼 이들에 대한 비행기 예절교육이 시급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김창민 <서울 종로구 연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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