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돌풍에 루이 "꺼림칙"…홍창배 결승 3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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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5세의 소녀기사 조혜연은 한국바둑계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여성최강자 루이9단에게 과연 어느 정도나 버틸 수 있을까.

루이나이웨이'(芮內偉)'9단대 조혜연2단의 제1회흥창배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결승3번기가 14, 16, 18일 한국기원에서 잇달아 벌어진다.

얼핏 보면 어린애 팔목비틀기 같은 승부인데 루이9단은 의외로 이번 대결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이창호9단이나 조훈현9단 등 정신적으로 편한 상대와 싸웠으나 조혜연은 부담이 크다. 그 점을 인식한듯 루이9단은 "만만치 않은 승부다, 최선을 다하겠다" 고 공언하고 있다.

조혜연이 흥창배에서 결승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뜻밖이었다. 박지은2단이란 17세의 신예강자가 한국 여자바둑의 정상을 노리고 있을 때 느닷없이 더욱 어린 새얼굴이 등장하는 바람에 한국기원조차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조혜연은 이번 대회서 중국의 양후이(楊暉)8단 일본의 요시다 미카(吉田美香)6단에 이어 중국의 펑윈(豊雲)9단과 화세밍(華學明)7단을 잇달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대개는 역전승이었고 특히 세계대회 우승자인 펑윈9단과의 한판은 놀라운 근성의 승리라고 부를만 했다.

루이9단과는 두번 두어 1승1패. 이런 전적도 루이9단을 안심하지 못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지난 여름 삼성화재배에서 조혜연은 백을 들고 불계승했는데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바둑을 던진 루이9단의 얼굴엔 놀란 빛이 역력했다.

물론 방심의 패배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있는 조혜연이 루이에게 꺼림칙한 상대인건 틀림없다. 조2단은 루이의 힘을 의식하여 정면대결 대신 치고빠지는 '아웃복싱' 을 구사할 계획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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