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사람은 벤처·대기업으로…중소기업 인력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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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기존 인력이 벤처기업과 대기업 등으로 빠져나가는데다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여전히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산인력은 물론 관리.연구직마저 달리는 형편이다. 전자자수 업체인 부천산업은 최근 3달동안 꾸준히 구인광고를 냈는데 대졸 사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연간 3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중견 업체인데도 지원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 이시원 사장은 "조직에는 신진대사가 필요한데 회사의 장래를 이끌 인력을 구하지 못해 걱정" 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의 전자부품 업체인 광명전자는 대졸 출신 시스템엔지니어 10명이 최근 모두 벤처기업 등으로 옮기는 바람에 제품개발과 생산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국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부족율(전체 필요인력 중 모자란 인원 비율)은 지난해 초 2% 미만에서 하반기들어 5%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중소기업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고용이 다시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공구업체인 (주)YG-1은 최근 수출 주문이 늘자 생산라인을 증설해 신제품 생산에 나섰으나 생산 인력이 모자라 고민하고 있다. 급한대로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신청했으나, 외국인 고용인원 제한에 묶여 충원하지 못했다.

국내 실업자가 늘어나자 정부가 외국인 대신 국내 인력 고용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골판지 제조업체인 대성판지의 관계자는 "내국인은 일이 고되다는 이유 등으로 한달도 못돼 회사를 떠난다" 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생산 자체가 어렵다" 고 말했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만9천명이었던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지난해말 4만8백22명으로 불어났다.

중소기업연구원 송장준 박사는 "실업자들이 많으나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며 "유휴인력과 실업자의 재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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