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主 동의안받고 작업 '묘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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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얼마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선산(先山)을 찾았던 서석언(56.사업.수성구 파동)씨는 조상 묘소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선친의 묘소 아래 못 보던 길이 나 있었기 때문.

徐씨는 "수소문 끝에 달성군 가창면이 인근 주민들에게 식수공급용 파이프를 묻기 위해 작업용 도로를 만든 사실을 알아냈다" 며 "남의 선산을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훼손해도 되느냐" 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사무소측이 산주(山主)의 동의도 얻지 않고 묘소 인근을 파헤치고 길을 내 후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곳은 徐씨 문중의 선산으로 묘 12기가 들어서 있다.

가창면은 지난해 12월 상수도 시설이 없는 상원리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徐씨의 산 중턱에 너비 3m 길이 70m의 길을 냈다.

새로 난 길은 묘소 인근 계곡에 물을 모으는 벽을 설치하기 위해 굴착기가 드나든 곳이다. 새 길 아래에는 저장탱크까지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가 묻혀 있다.

문제는 이 길이 봉분과 불과 2m남짓한 데다 묘소 옆을 높이 1m이상 깍아내 석축과 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徐씨는 "여름에 폭우라도 쏟아지면 봉분까지 무너질 수 있다" 며 "요즘 세상에 이런 행정기관이 어디 있느냐" 며 흥분했다.

그는 또 "이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에 지름 30㎝이상의 오동나무 10여그루가 밑동부터 잘라져 방치돼 있다" 며 "길을 내는 과정에서 베어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상철 가창면장은 "주민들이 길을 내는데 대해 산 주인의 동의를 받겠다고 해 작업을 했다" 며 "우리가 잘못한 만큼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 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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