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사 헤로인 주사로 환자 100여명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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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국 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최소한 수십명의 환자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랭커셔주 프레스턴시 법원은 지난달 31일 맨체스터시 하이드 지역 가정의(家庭醫) 해럴드 시프먼(54)에게 환자 살해 혐의로 열다섯번의 종신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시프먼에게 1995년부터 98년까지 살해된 15명에 대한 혐의만 적용했으나 영국 경찰은 그로부터 치료받다 살해된 환자가 1백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영국 리드대 출신인 시프먼은 70년부터 맨체스터시에서 가정의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헤로인을 주사하는 수법으로 살인을 저질러왔다.

확인된 15명의 피해자는 모두 49~81세의 여성 환자였다. 영국 경찰은 피해자들이 5분 이내에 숨졌고 시프먼은 환자들의 숨이 끊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프먼은 98년 81세의 노파를 살해한 뒤 유언장을 위조, 7억원 상당의 유산을 가로채려다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살인혐의가 드러나 1년6개월전 구속됐다.

시프먼은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는 순간에도 별다른 동요가 없었고, 계속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둔 그의 범행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영국 언론은 그가 청소년기에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것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거나 학창시절 동료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져 열등감에 시달린 것이 성격장애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경찰은 "그가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여했으며 인간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빗나간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에서 후왕린이란 치료사가 1백46명의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연쇄살인 세계기록에 올랐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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