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부동산 경매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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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매로 넘어가는 은행권의 대출 담보 부동산이 하반기 들어 폭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가계가 늘어나는 데다 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팔아 못 받은 대출 원리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경매로 처리한 담보 부동산이 지난 1월 1096건에서 7월엔 4503건으로 세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 2월까지 월 평균 1000여건대를 맴돌던 담보 부동산 경매 건수가 3~5월 중엔 월 평균 3000여건으로 훌쩍 뛰었고, 6월 이후엔 월 평균 4000여건으로 치솟는 등 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은행에서 담보 부동산 처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지난 7월까지 모두 2만1350건의 담보 부동산을 경매로 처리했다"며 "불황이 길어지면서 한계상황에 몰리는 대출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매 물량은 갈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경매로 넘긴 부동산 건수가 3658건에 달해 지난해 전체 건수(3779건)에 육박했다. 월별 경매 처리 건수 역시 지난 1월 337건, 2월 488건, 6월 604건 등으로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7월엔 부동산 매매가 비수기임에도 이 은행에서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880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 여신관리팀 신진기 부장은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중 상당수가 주택이나 상가 등을 담보로 수백만~수천만원대의 비교적 소액을 대출한 경우가 많아 서민의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1월 2225건이던 경매 처리 건수가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더욱 늘어 지난 5월 이후에는 월별 2600건대(5월 2694, 6월 2692, 7월 2623건)를 넘어섰다.

특히 경매로 넘어가는 공장이 크게 늘고 있어 기업들도 부채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로 잡은 부동산이 대부분 공장과 설비인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8월까지 경매 처리 건수가 총 44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총 경매 처리 건수(42건)를 넘어섰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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