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발전하는 '파도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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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바다는 항상 넘실거린다. 1초도 쉬지 않고 넘실거리는 바다의 웅장한 힘에 빠져 있는 과학자가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북쪽에 인접한 웁살라대 옹스토롬 연구소의 매츠 레이욘(전기공학과) 교수. 그는 최근 새로운 개념의 파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레이욘 교수의 시스템은 간단하다. 바다 밑바닥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수면 위에 떠있는 부표와 단단한 로프로 연결하면, 부표가 파고를 따라 상하운동을 함과 동시에 발전기 내 피스톤 또한 상하운동을 하면서 주변을 싸고 있는 강력한 자석을 통해 전력이 발생하는 원리다.

전 세계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총 파력은 40페타W(페타는 10의 15승으로, 1페타W는 1메가W의 1000억배)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파력발전에 관한 아이디어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현재 일본 등에서 실용화한 파력발전은 공기 터빈 방식이다. 이 방식은 바닷가에 고정 설치돼 해면이 아래 위로 움직일 때 상층부를 통해 나가고 들어오는 공기에 의해 터빈이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한다.

레이욘 교수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학술대회에서 발표돼 기존의 파력발전과는 차별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해양발전 분야의 저명 학술지 '오션 엔지니어링'에도 곧 게재될 예정이다.

레이욘 교수는 최근 연구실에서 시제품을 생산해냈다. 높이 4m의 발전기를 콘크리트와 철골이 받치고 있는 형태다. 레이욘 교수는 "한 대당 40가구 정도가 전기를 쓸 수 있는 10㎾급"이라며 "10월께 발트해 연안에 한 대를 시험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풍력발전기의 경우 필요한 대지가 12㎡지만, 이 같은 방식의 파력발전기는 1㎡에 불과하고, 바람이 없으면 발전을 멈추는 풍력에 비해 24시간 가동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것이 레이욘 교수의 주장이다. 레이욘 교수는 "전 세계 해안별로 파도의 힘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이 6인 반면 한국은 두 배 이상인 13이었다"며 "한국도 파력발전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제안했다.

웁살라(스웨덴)=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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