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다임러크라이슬러 로버트 이튼 공동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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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경영인. 98년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해 탄생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공동회장 로버트 이튼(60.사진)을 두고 한 말이다.

그가 25일 은퇴를 선언했다. 합병당시 이튼은 다임러 벤츠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과 공동 경영하되 3년 이상은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1년 빠른 2000년 3월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물러날 때가 되면 빠르더라도 물러나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이튼은 "두 회사는 이제 완전히 하나가 됐다. 회사 구조와 미래의 경영 구도가 확실하게 자리잡게 됐으니 나같은 과도기 경영인의 역할은 끝났다" 며 은퇴이유를 밝혔다.

그는 63년 제너럴 모터스(GM)의 엔지니어로 시작해 GM의 유럽담당 회장을 역임했다. 93년 리 아이아코카의 뒤를 이어 크라이슬러의 회장으로 영입돼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의 경영을 단숨에 정상화시켰다. 37년간 자동차만 생각하고 살아온 셈.

이튼의 은퇴 선언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합병이후 양사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을 내왔기 때문. 특히 북미 담당 부회장이었던 이튼의 오른팔 토마스 스톨캄은 슈렘프 회장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슈렘프는 유럽시장에서 각광받는 소형차 A-카 개발에 주력하자고 주장한 반면 스톨캄은 이에 반대했다. 결국 스톨캄을 비롯한 크라이슬러 직원들이 속속 회사를 떠났다.

이튼마저 회사를 떠나면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배권이 완전히 독일계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튼은 자기가 내뱉은 말만은 지켰다. 합병 당시 "결국에는 회장은 한 사람이어야 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고 밝혔다.

슈렘프는 떠나는 그를 향해 "이튼의 헌신으로 오늘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탄생했다" 며 극찬했지만 남겨진 크라이슬러 직원들에게 고용안전성을 보장해주는 등 산적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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