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학] 복권 사는건 세금 내는 것과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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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동차 보험.생명 보험에 든 40대 회사원 金모씨. 퇴근하자마자 복권판매소로 달려간다. 그는 복권을 사 주머니에 넣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죠?'보험든 사람이 복권을 산다'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는 얘기일까요?

사람들이 보험에 드는 이유는 사고가 났을 때 재산상 손해를 보기 싫어서지요. 보험회사는 사고없는 사람에게 돈을 거둬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한테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부담을 나누어서 지려고 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보험에 드는 사람과는 달리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위험을 부담하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복권은 정부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넉넉치 않을 때 쓰는 방법이지요. 주택복권은 주택 사업에, 체육복권은 체육발전을 위해 쓰이는 식입니다.

그러니 상금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낸 돈 보다 훨씬 작아지기 마련이에요. 주택복권의 경우 복권을 판 돈 36억원 가운데 18억원만 상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주택 사업 등에 쓰인다고 해요. 그래서 복권을 '감추어진 세금' 이라고 하기도 해요.

주택복권 1등(상금 3억원)에 당첨될 확률은 3백60만분의 1이지요. 金씨는 당첨 확률이 낮아 돈을 떼이기 십상인데도 복권을 왜 살까요. 위험이 싫어서 보험에 든 사람이 위험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지요.

경제이론으로는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위험을 부담하도록 하려면 보상을 해야 해요. 스턴트맨이 스턴트를 하면서 받는 위험수당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다면 위험한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확률상으로 크게 불리한 복권을 사게 할 때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되지요.

그런데 보상은 커녕 사라는 권유도 받지 않고 복권 파는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왜일까요? 우연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에요. '큰 돈을 벌 수 있다' 는 기대감이 큰 것이지요.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 보다는 돈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돈이 없어서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일수록 우연을 믿고 싶은 심정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주택복권 1등 당첨자의 약 70%가 집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니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겠나요. 그러니 정부가 복권으로 어떤 사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의 돈을 갖다가 그런 사업을 한다는 볼 수도 있을 거예요.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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