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무리한 지역개발사업의 두 표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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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광역.기초 할 것 없이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개발계획들을 쏟아내고 있다.

'신도시 개발' '수산테크노파크 건설' '첨단 농업타운 조성' ….

뉴 밀레니엄을 의식해서인지 장밋빛 청사진들을 여느 해보다 그럴 듯하게 꾸며 내놓고 있다.

하지만 타당성.재정여건 등을 꼼꼼히 뜯어보면 현실성이 떨어져 예산.행정력 낭비로 끝날 사업이 적지 않다.

과욕에 눈이 어두워진 듯한 단체장들에게 두가지 사례를 상기하고자 한다.

한 사례는 전남 여수시청 옆 종합문화예술회관 공사다.

여수시로 통합되기 전의 여천시가 1992년 착공했다.

97년 말 완공 목표에 지하 3층.지상 3층.연건평 7천여평, 사업비 3백20억원 규모였다.

인구 8만여명에 당시 1년 예산이 2백70억원인 자치단체엔 무리한 일이었다.

결국 돈을 못 대 질질 끌다 지하 골조공사만 마친 채 98년 초 포기하고 흙으로 덮어버렸다.

그동안 1백12억원이 들어갔으나 지금 지상만 주차장으로 쓰고 있을 뿐이다.

다른 한 사례는 광주시내 동쪽 길목인 동문로. 광주시는 길이 4백m, 너비 18m의 지하상가를 만들겠다며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97년 2월 착공했다.

사업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땅을 팠다.

그러나 상가는 4분의1 밖에 분양되지 않았고 1백30억원을 들여 30%가량 공사한 상태에서 지난해 1월 뚜껑을 덮어버렸다.

앞으로 지하철을 건설할 때 이 지하상가 골조 밑으로 굴착하는 공법을 써야 할 부작용도 초래됐다.

지금도 시민들은 방만한 개발사업의 표본으로 꼽으면서 당시 일을 벌인 공무원들을 비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전시효과만을 노린 무리한 개발 추진이 지자체 살림을 멍들게 할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두고두고 불명예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해석 <본사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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