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서 은행으로 증시주변 자금 '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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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증시로의 신규자금 유입이 거의 중단됐다는 점이다. 종합주가지수가 대우사태 이후 다시 1천포인트를 넘어선 지난해 11월 16일과 이달 21일의 증시 주변 자금상황을 살펴보면 주식을 살 수 있는 자금인 고객예탁금과 주식형수익증권의 잔고가 정체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투신사 수탁고 감소〓투신사의 매수 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식형수익증권 잔고 추이는 지난 21일 현재 56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7조원어치가 판매된 하이일드펀드 가입분을 제외하면 순수 주식형 잔고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모주와 실권주 청약에만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일정 수익을 올리면 주식을 처분하는 운용 전략을 갖고 있어 실제 주식시장에는 물량부담을 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기간중 공사채형 잔고가 19조원이나 준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5월말(약 2백20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1백조원이 감소한 것. 공사채형 가입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 투신사에 환매 부담을 주게 된다.

◇ 은행예금 증가〓이 기간 동안 은행예금은 13조7천억원이 늘어 투신권 이탈자금 중 상당 부분이 은행으로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저축성예금이 10조원 이상 늘어났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과 투신권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증시가 버틴 것은 이 기간 중 외국인들이 2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연초 8조원까지 줄었던 고객예탁금은 9조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에 비해서는 1조원 이상 줄었다.

◇ 자금동향 전망〓동부증권 서재영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시중 자금이 비상장.비등록 종목이나 공모주 청약, 은행 등으로 분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식을 살 수 있는 자금이 당장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 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부장은 "최근 약세장은 대우채 환매 확대와 주도주 상실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 이라며 "대우채 문제가 별 탈없이 끝날 경우 투신권의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본다" 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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