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기계가 춤 파트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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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계와 함께 춤을?'

요즘 유행하는 소위 '테크노 댄스' 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시끄러운 기계음에 맞춰 신들린 듯 전신을 흔들어대는 춤이다.

DDR(Dance Dance Revolution)라는 춤추는 기계까지 등장하면서 테크노 댄스는 기계를 위한, 기계에 의한, 기계의 춤처럼 보일 정도다.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 에서 볼 수 있듯, 춤은 우주나 자연과 합일하기 위한 집단의식이었다.

또 몸을 통해 타인 또는 우주와 의사소통 하는데 있어 가장 도발적인 수단이었다.

그래서인지 춤은 거의 언제나 해방감 또는 유혹을 연상시켰고, 온갖 격식과 형식으로 감싼뒤 항상 감시해야 할 '위험한 문화' 였다.

하지만 테크노 댄스에서 모든 격식은 파괴됐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은 아예 단절돼 있다.

"음치는 참아도 몸치는 못 참는다" 는 요즘 젊은이들은 그저 '내가 신나니까' 몸을 흔드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어릴 적부터 전자오락실에서 들어오던 단조롭고 반복적인 기계음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휴대폰과 노트북, 그리고 테크노 댄스와 DDR로 중무장하고 있는 이들을 '테크노 키즈(techno kids)' 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런데 이들의 '테크노' 화는 갈수록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만화영화가 '포켓 몬스터' 다.

실제 쥐를 보면 질겁을 할 아이들도 '피카추' 라고 불리는 쥐 포켓몬은 끔찍이도 예뻐한다.

기계화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이 초능력 괴물들은 주머니속에 쏙 들어가는 '간편함' 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산다.

자연의 생태계가 한 개인의 주머니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지금 30~40대 가장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 만 하더라도 로봇이긴 했지만 인간미가 넘쳐 흘렀다.

그러나 금속성 돔에 사는 '텔레토비' 나 '포켓몬' 처럼 이제는 모든 것이 기계화된 캐릭터가 아이들의 우상이 돼버렸다.

이미 원숭이라는 영장류의 복제까지도 성공한 만큼 생명의 신비까지 '테크노화' 되는 데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진짜 '테크노 키즈' 가 태어날 세계는 멋진 신세계일까□

조형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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