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노하우]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비트컴퓨터 조현정(43.사진)사장은 벤처기업 창업과 관련해 몇 가지 독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83년 대학생 신분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세무서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일반 사무실이 아닌 호텔방을 사업자 등록 장소로 만들었다.

인하대 전자공학과 재학 때는 '학생이 아닌 연구원' 대접을 받았다. 4년간 학비가 면제된 것은 물론 '연구비' 명목으로 연간 5백만원씩을 받았다. 전자통신 장비 수리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조사장은 학교에 있는 연구기자재를 보수하거나 교수들의 연구파트너로 일했기 때문에 학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받은 돈으로 비트컴퓨터의 창업 자본금 4백50만원을 조달했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조사장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가세가 기울어 진학을 포기했다. 서울 충무로의 한 전파상에 취직해 가계를 보탰다. 조사장은 그러나 일하는 틈틈이 공부해 중.고교 과정을 모두 검정 고시로 마치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때 배운 기술이 국내 처음으로 PC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조사장은 말한다.

개인병원이 손으로 일일이 쓰던 의료보험 청구작업을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병원관리와 관련한 소트트웨어 프로그램 분야에선 독주를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벤처창업학은 "좋은 기술은 나눠 가질수록 더 좋은 기술이 된다" 는 것.

◇ 기술은 나눠야 커진다〓발명가는 대체로 돈을 잘 벌지 못한다.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기술이 묻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상업용이 아니면 누구든지 이를 활용해 응용할 수 있도록 한다. 비트컴퓨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해법은 4년 전부터 '비트 프로젝트' 란 이름의 책자를 통해 매달 공개하고 있다.

후발업체들이 우리 기술을 토대로 따라오고 우리는 그 추격에 대응하다 보면 더욱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고 자연 벤처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 투자 받은 돈을 영업이익으로 생각하지 말라〓투자 받은 돈은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써야 한다. 돈이 들어왔다고 해이해지면 회사 분위기도 풀어진다. 벤처기업 경영은 긴장과 승부의 연속이다.

◇ 자기 분야에서 큰 어른이 되자〓사업이 안정되면 후학을 기르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향도가 되려고 회사 안에 비트교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국내 8만여 명의 프로그래머 가운데 4천여 명이 비트출신이란 점에 자긍심을 갖는다. 30대엔 자기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으나 40대가 되면 사업과 관련한 학계.경제계 인사들과 교분도 나눠야 한다. 또 50대엔 더불어 사는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

고윤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