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은 '악몽'…8년간 413명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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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22일 공사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대구지하철은 잇따른 사고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고는 2시간20여분 전에 사고 조짐이 감지돼 다섯차례 신고까지 됐으나 안이한 초기 대처로 큰 희생을 초래했다.

1995년 4월 2백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대구시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의 참상을 떠올리는 대구 시민들은 그동안의 잇따른 안전사고에 이어 시내 중심가에서 이같은 사고가 재발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 사고 경위〓22일 오전 6시10분쯤 대구시 중구 남산동 신남동 네거리 옆 지하철 2호선 8공구 동산정거장 건설공사장에서 길이 30m.폭 40m의 도로 복공판이 20여m 아래 공사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신호 대기 중이던 대구 70자 2662호 601번 좌석버스(운전사 金준동.47)가 함께 추락, 이성숙(41.여.대구시 대신동).정외선(43.여.대구시 대신동).조상구(41.대구시 송현동)씨 등 승객 3명이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운전사 金씨는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크게 다쳐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치료 중이다.

운전사 金씨는 "사고현장에서 신호 대기 중 갑자기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빨려들어가듯 떨어졌다" 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흙벽의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버팀철제와 이를 지탱하는 철선인 어스앵커가 흙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시공업체 관계자 및 대구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들을 소환, 사고원인.신고 처리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 늑장 대처〓이날 새벽 사고현장을 지나던 택시운전사 金일환(38)씨는 "3시50분 현장사무소에 첫 신고를 한 것을 비롯해 7차례나 사고위험을 알렸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우물쭈물하는 가운데 뒤늦게 일부차로에 대한 미봉책으로 일관, 참사를 불렀다" 고 말했다.

◇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상인동 참사후 대구지하철공사에 대해서는 자체 및 외부전문가 초빙점검, 건교부.노동부.감사원.대구시에 의한 안전점검 등이 한해에도 수십차례씩 중첩 시행돼 왔다.

그러나 어느 한곳도 이번 사고 가능성을 지적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92년 시작된 대구지하철 공사에서는 지금까지 각종 안전사고로 모두 20명이 사망하고 3백93명이 부상했다.

대구〓정기환.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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