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방북’ 발표 늦춰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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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성사 일보 직전에 이른 북·미 대화가 서해교전이란 돌발 변수를 만났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초청을 받아들여 파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발표를 코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 남북 간에 물리적 충돌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내로 예상되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스케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외교 당국이 서해교전에 각별히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서해교전이 남북 간의 상호 비방 사태로 이어져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경우, 이를 무시하고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평양에 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며칠 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측의 방북 초청 수락 발표도 지연될 수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는 12일 이전에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2002년 6월 29일 발생한 2차 연평해전이 북·미 대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던 선례도 있다. 당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평양으로 보내 양자 대화를 한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였으나 서해교전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7월 3일 공식 철회한 바 있다. 그사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북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여 유감 표명을 했다. 켈리 차관보의 방북은 연평해전으로부터 석 달이 지난 10월 2일에야 이뤄졌다.

외교 당국자는 “과거의 전례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유감 표명 등 적절한 봉합 수준을 거쳐 북·미 대화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또 대화를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가 부시 행정부의 기조와도 다르고 교전 양상과 피해 정도가 당시와 달라 직접 비교는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우발적 사안’으로 규정할 경우엔 대화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영준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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