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국민·충청권 설득 자신감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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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가 만약 보완 개선안을 내놓았을 때 국민이, 또 충청인이 (원안대로)그대로 하자고 하면 원안대로 하겠다. 이것이 제 현재의 입장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0일 이렇게 말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과거 정부와 국회에서 오랜 시간 검토와 토론을 통해서 나온 결과다. 전문성도 없는 총리가 재검토해도 된다고 얘기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는 민주당 이용섭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이 의원은 또 “총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나”라며 정 총리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정 총리의 답변은 자신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수정안 마련은)잘못됐다고 생각되는 걸 더 잘 되게 보완 개선하자는 것이다.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거나 백지화하겠다고 한 번도, 또 누구도 말한 적이 없다. 원안을 보완 수정하게 될 때 그것을 그대로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더 잘 되게 하는 방안이 없나 하는 것을 고민하고 모색하고 또 발굴하고 있단 걸 말씀드린다”고 했다.

“국민이 그대로 하자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원안대로 하겠다”고 한 대목이 미묘한 파장을 불렀다. 정 총리 측은 “원론적인 얘기”라고 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진정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한 핵심 측근은 “국민과 충청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각오를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의 선회라기보다 오히려 의지를 더 부각한 것이란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충청인을 설득하지 못하면 원안대로”라는 말은 박 전 대표의 ‘원론 강조 화법’을 연상시킨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세종시는) 저하고의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며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원안대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사실상 수정안을 국민과 충청인이 거부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국민과 대화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할 여지를 만들겠다는 표현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충청권을 설득하지 못하면 세종시 수정안은 불가능하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 이전에 담화문 형태로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11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명단을 확정,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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