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사업 거품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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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벤처기업과 정보통신업이 중심인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거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대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2일 '코스닥 거품론' 을 제기하자 이튿날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반박했다.

백화점이 주력인 C사는 올 초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는 사업계획을 서둘러 짰다.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면 당장 도태될 것 같은 분위기로 '첨단' 이나 '벤처' 냄새가 나지 않는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맥을 못춘다" 며 "주가 관리차원에서 인터넷 사업 진출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고 밝혔다.

제일제당.현대자동차 등 식품.자동차.가전.의류 등 전통적인 제조업체도 경쟁적으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자금과 인력 충원에 나섰다.

이같은 현상이 반영돼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데도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려는 기업이 3백여개에 이른다.

코스닥 시장 전문가인 K씨는 "벤처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다 지난해 말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라 불안했다" 며 "상당수 기업이 매출이 적은데다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 언제 투자자들이 손해볼지 모른다" 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이부호 이사는 "벤처기술은 시장만이 평가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어 섣불리 거품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며 "현재 적자를 내더라도 3개월만 앞선 기술을 갖고 있으면 세계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 고 반박했다.

그는 "벤처가 대기업을 누를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미국과 같이 코스닥 시장을 으뜸가는 주식시장으로 키워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벤처 창업을 위해 고급인력이 대기업에서 빠져 나가거나, 신규 인력도 산업의 각 분야로 분산되지 않고 벤처로 몰려 노동시장의 왜곡과 계층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동훈 서강대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볼 때 벤처산업과 연관된 제조업체가 성장하고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 인터넷 비즈니스가 꽃 피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며 "일시에 제조업 부문에서 자금과 인력이 모두 빠져 나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김시래.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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