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휴대폰 영업장소 된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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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업무상 매일 은행에 들러 입출금을 하거나 통장정리를 하는 회사원이다.

최근 들어 은행 객장에 '모바일 뱅킹'을 독려하는 영업사원들이 부쩍 늘었다. 모바일 뱅킹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 안에서 마치 직원처럼 상주하면서 휴대전화 영업을 하는 이들로 인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매월 휴대전화 요금이 얼마 나오세요" "최신 휴대전화 공짜로 가져가시고 매월 요금은 똑같이 맞춰 드릴게요"라며 고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결코 무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 값은 24개월 할부로, 나머지는 평소 요금에 맞춰 정액요금으로 나간다는 게 이들이 내거는 조건이다. 하지만 2년 안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면 나머지 할부금을 계속 내야 한다. 정액제라는 것도 과거에 쓰던 요금에 맞추면 사용시간이 적어진다. 불편하기도 하고 과거와 같은 통화시간을 쓰지 못할 수 있으므로 공짜라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공짜로 신형 휴대전화로 바꿔준다'는 영업사원들의 목소리는 차츰 커지고 있다. 처음엔 은행 출입구에서 영업하다 이제는 CD인출기 옆으로 영업장소를 옮겨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손님에게까지 다가와 영업하고 있다.

현금을 다루는 복잡한 장소에서 영업하는 것도 문제지만 은행 측은 도대체 무슨 이익을 얻기에 이들 영업사원의 행위를 묵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송은용.서울 송파구 방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