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식아동 근본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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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결식아동 7백여명이 추운 날씨 속에서 고사리손에 "방학 중 우리에게도 밥을 주세요" 라고 쓴 피켓과 풍선을 들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배고픔을 호소하는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마치 어른들을 원망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현재 교육부가 파악하고 있는 결식아동수는 15만3천명. 97년의 1만1천여명에서 98년 13만9천여명, 99년 15만1천여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크게 늘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국고.교육특별회계.성금을 합쳐 연 1백20여억원 규모로 학기 중에는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방학 중에는 주.부식 구입용 농협상품권(12만~15만원)을 지급하거나 지정식당을 운영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방학 중에는 하루 한끼도 못 먹는 어린이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식당은 눈치가 보여 기피하고 상품권은 어린이들 급식용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나라의 장래가 어린이들에게 달렸다고 강조하면서 결식아동을 방치하다시피하는 것은 큰 잘못이요 죄악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거나 교실마다 컴퓨터를 설치한다고 자랑하는 마당에 결식아동이 이처럼 많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예산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식아동 문제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대상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실태 조사부터 배분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다.

교실에서 형식적으로 숫자를 파악하고 상품권 지급 같은 손쉬운 방법을 고집한다면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정부가 19일 긴급대책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결식아동 문제는 갑작스런 회의에서 개선책을 찾기보다 평소 교육현장과 연계해 상설기구를 만들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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