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NEIS 불안감 잠재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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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5일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일부 대학이 민간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공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NEIS상의 학생 교과 성적을 일선 고교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송받아 전형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NEIS의 학생 개인성적 내려받기 기능을 차단했다. 문제는 NEIS와 관련해 또다시 소모적인 논쟁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정보시스템의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NEIS 추진에 대한 여전한 불안감과 사업 집행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관리감독, 그리고 관리자들의 보안 불감증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복되는 행정업무에서 해방돼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자식들의 학교생활을 부모들이 직접 접할 수 있다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삶의 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가 다 그렇듯이 이것 역시 편리함과 동시에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도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는 NEIS 구축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다. NEIS 추진 과정에서 지루하게 진행됐던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이의 대립은 지난 2월 단행된 극적인 합의에 의해 일단락됐다. 결국 NEIS는 정부의 생각대로 시행됐지만 이는 행정효율성 제고와 개인인권 보호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NEIS를 시행할 것이냐가 아니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 싶다. 먼저, 막연한 불안감은 정보화 확산에 가장 큰 장애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학 진학시 개인의 신상정보가 대학에 제공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 고등학생들도 모든 항목을 입력하도록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 진학할 때 많은 항목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NEIS의 불안한 요인들은 충분히 논의됐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정보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둘째로, 사업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요구된다. NEIS 운영규정에 의하면 교육상 필요에 의해 직접 관계하는 사람만 정보에 접근해 특정한 목적에만 학생 정보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과 교육부의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차제에 중앙단위 및 시.도단위 감독기구를 시급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정보보호 환경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학생 정보의 수집.처리.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과 제도의 미비는 유사한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매우 크다. NEIS에 대한 인권문제도 알고 보면 해킹 위험성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특별히 학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칭 학생정보보호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이런 방향으로 법 제정을 고려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넷째로, 정보화의 중심은 인간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이 아니라 관리자나 사용자의 보안의식이 정보화의 최후 보루다. 일부 대학이 입시관리 편의만을 우선시하는 풍토, 그리고 교사의 경우 내려받은 파일을 자료보안(암호화) 없이 직접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불감증을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시.도교육청, 소속 기관 및 국립학교, 고등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지난 7월에 이미 실시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대학 및 일선학교, 특히 담당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에 대한 내실있는 교육이 강력히 요구된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우리가 원하는 교육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 시대의 기회며 책무다. NEIS가 그러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부터 다시 살펴 교육정보화 과정에서 지급한 비싼 수업료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