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폭행 거짓신고, 정부서 보상하자 소송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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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년원 내 학대행위 보상을 둘러싼 소동이 캐나다 대서양 해안의 평화롭던 어촌을 인간 탐욕의 전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교도관들의 학대행위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 '눈먼 돈' 을 노린 주민들의 거짓말, 주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 등이 뒤섞이며 조용하던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캐나다 동부 노바 스코샤 주 최남단에 있는 셸번 마을은 5년 전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주홍글씨' 가 촬영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1993년 이 마을에 자리한 소년원의 교도관으로 일했던 패트릭 맥두걸이란 남자가 재직 시절 원생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이 시작되자 89명의 소년원 출신자들도 그와 동료 교도관들을 성추행과 학대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소송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질 기미를 보이자 노바 스코샤 주정부는 사태진정을 위해 급히 2천5백만달러(약 3백억원)의 기금을 책정, 1인당 3천5백~8만5천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신속한 보상을 위해 신고 후 45일 안에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고,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

문제는 이 '신속 처리' 규정 때문에 깊이 있는 조사도 해보지 않고 피해자 주장에만 근거해 보상금을 지급한 것.

소문이 퍼지자 보상금을 노린 거짓말이 줄을 이었다.

노바 스코샤 주의 다른 소년원 출신들까지 나서 '일단 소송해놓고 보자' 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다.

급기야 원고 1천4백명에 피고 3백63명, 소송건수가 1만4천5백건에 이르렀다.

골절 흔적도 없이 교도관에 맞아 팔이 부러졌다며 돈을 타간 사례, 퇴직하고 없는 교도관에게 맞았다는 뻔한 거짓말 등이 판을 쳤다.

교도관 1명에 소송이 수십건씩 제기됐다.

급기야 성추행 혐의를 쓴 전직 교도관 두 명이 억울함을 못이겨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이 중 한 명은 결국 무죄가 입증됐다.

보상 기금도 바닥나 주정부는 급히 8백만달러(약 96억원)를 증액해야 했다.

주정부는 뒤늦게 허위신고를 가려낸다고 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노바 스코샤 주의 거의 모든 변호사들이 소송에 관련돼 있는 바람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사를 실시할 법률전문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대다수 마을 주민들과 묵묵히 평생을 바쳐 일해온 교도관들이야말로 '셸번 스캔들' 의 진짜 희생자라고 평하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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