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환 헤지 펀드가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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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해외 펀드는 그 나라 증시의 움직임뿐 아니라 통화 가치 변화에도 울고 웃는다. 물론 ‘환 헤지’를 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양면성이 있다. 비용이 드는 데다 자칫하면 환 차익을 거둘 가능성까지 사라진다.

금융위기 이후 명암은 엇갈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초까지는 환 헤지를 하지 않은(환 노출) 펀드가 승자였다. 금융위기의 여파에 원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인 영향이었다. 환 노출 펀드는 해외 증시 급락으로 구멍 난 수익률을 환 차익으로 일부나마 메울 수 있었다. 이후 달러가 약세를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주요 해외 펀드를 보면 1년 수익률에선 여전히 환 노출 펀드가 앞선다.

원칙적으로 특정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그 나라 통화에 대한 투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온 것도 증시뿐 아니라 원화 가치도 회복세를 탈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한 것도 브라질 헤알화의 강세 덕이 컸다. 헤알화를 헤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에 대부분 브라질 펀드는 환 노출형이다. 하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해외 펀드는 대부분 환 헤지를 하는 펀드다.

가입자들도 환 헤지형을 선호한다.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투자 이계웅 펀드리서치 팀장은 “환 변동까지 고려하면 변수가 많아지는 탓에 일반 투자자에게는 환 헤지형이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펀드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통화는 달러다. 원자재·금융 등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도 대부분 자산을 미국 증시의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펀드에 가입할 때도 위안화보다 달러에 신경 써야 한다. 국내 중국 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원화를 받은 뒤 달러로 바꾸고, 이를 위안화나 홍콩 달러로 다시 교환해 투자한다.

달러 약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초저금리의 달러를 빌려 신흥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 팀장은 “해외 주요 기관들은 원화가 달러는 물론 엔화·위안화 모두에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해외 투자 시 일단 환 헤지를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3년 이상 장기로 가면 통화가치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투자 기간이 길거나 투자대상 자산이 많다면 환 노출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 윤혜진 연구원은 “투자기간이 1~2년 이내거나 한 상품에만 투자할 경우에는 환 헤지를 기본 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도 “여러 시장과 상품에 분산 투자할 경우 환 노출이 오히려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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