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여성주권 시대'] 여성부 탄생 '산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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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여성부가 과연 제대로 태어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여성부 신설을 약속했지만 여성부가 순산되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먼저 현재 여성부 신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여성부를 어떤 규모로, 어떤 형태와 직제로 가지고 나가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국가보훈처를 제외하고는 모든 행정기관이 기능 중심으로 편제돼 있는데 여성부의 경우 행정 대상을 기준으로 나눈 부서라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고 말했다.

정부와 여성계가 동상이몽인 점도 큰 문제다. 정부는 '인력과 예산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여성부를 신설하겠다고 못박았었다.

이럴 경우 현재 교육부.노동부 등 정부 6개 부처에 각각 자리하고 있는 여성담당관실이 여성부 안으로 모두 모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존의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 6개 부처 여성담당관실이 얹어지는 식이다.

그러나 여성계는 이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오혜란 사무총장은 "현재처럼 6개 부처에 여성정책 담당관실이 그대로 있는 것이 매우 기능적" 이라며 "이를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모을 경우 타부처와 연계성 없이 여성부 안에서 기능이 고립돼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여성계는 '총괄집행 기능이 있고 지자체까지 하부조직을 두는 강력한 여성부' 를 주장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한편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을 발의해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켜야하는데 벌써부터 '총선용' 이라는 딱지가 붙은 이번 '여성부 신설 약속' 이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지 미지수인 것.

결국 여성부를 신설하겠다고는 했지만 정작 어떤 모습이 될지, 총선 전에 모습을 보일지, 혹은 그 이후가 될지 누구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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