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수익률 1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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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분양가 8천5백만원짜리 상가를 10%에 불과한 8백50만원에 장만하는 일이 가능할까. 명지대 증권보험대학원에서 경매상담사 과정 강사로 일하는 이승주(31)씨는 최근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이같은 일을 몸소 해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비결은 노련한 법원 경매의 노하우. 복잡한 권리관계 때문에 거들떠 보지 않는 부동산을 분석해 헐값에 매입한 것이다.

경매시장에서 유찰이 많이 된 물건을 찾던 李씨 눈에 '보물' 이 걸려든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 9층짜리 주상복합건물내 2층에 위치한 전용 11평의 상가점포였다.

94년 분양 당시 8천5백만원이었고 감정가도 7천7백만원이었지만 12회나 유찰되면서 최저가가 4백5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법원 경매에서 10회 이상 유찰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보통 3회만 유찰돼도 최저가가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웬만한 물건은 주인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李씨는 '좀 심하다' 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건에 대한 권리분석을 통해 금방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물건이 경매에 넘어가자마자 자기가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채무자인 원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

낙찰받을 경우 돈과 시간을 날릴 수 있는 복잡한 물건이다 보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유찰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법정 소송은 13번째 입찰이 있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원고패소 판결이 났던 것. 다만 미처 시간이 없어 등기부등본상에 표시(가등기 예고등기 말소)가 돼있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李씨는 쾌재를 부르며 입찰에 참가했고 3명의 경쟁자를 의식해 최저가보다 조금 높은 8백50만원을 써내 낙찰받을 수 있었다.

감정가의 12.7%에 불과한 비용으로 상가를 마련했다. 단순 계산으로 분양가 대비 10배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아무리 권리 관계가 복잡하더라도 이를 풀 수 있는 해법만 있으면 '진흙 속에서 진주' 를 캐 낼 수 있는 게 바로 경매 부동산의 메리트다.

물론 위험도 없지 않지만 뛰어난 권리분석 능력이 바로 재테크의 비법이라는 게 李씨의 설명이다.

지난달 24일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을 마친 李씨는 "상가 경기가 조금 나아질 봄까지 기다렸다가 같은 건물내 상가들의 보증금 수준인 4천만~5천만원 선에 상가를 팔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대로만 돼도 투자 금액 대비 4백~5백%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李씨는 현재 자신의 이번 사례를 세계 기네스협회 단기 투자수익률 분야 최고 기록으로 등록하기 위해 한국지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놓았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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