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히코사카-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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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日 중견강호와 실리파 한국인의 대결

제1보 (1~19)〓일본바둑이 비탈길에 섰다고는 하나 준결승전의 뚜껑을 열어보니 4명 중 3명이 일본기원 소속이다. 이창호9단과 맞붙은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7단이 일본이고 이 판의 두명 모두 일본이다.

사실 오랜만의 일이다. 꺼져가는 촛불 같은 일본이 힘을 냈다. 하지만 조선진9단이 한국인임을 감안하면 이번 준결승전은 2대2의 한.일전이라고 봐야 한다.

히코사카9단은 올해 38세의 중견강호. 14세에 프로가 돼 2년 전에는 일본랭킹 4위의 10단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힘이 좋고 두터워 이창호9단도 한번 혼이 난 일이 있다. 8강전에선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던 강지성3단을 격파했다.

조선진9단은 히코사카9단에게 한번도 못이기다가 지난해 본인방전 리그에서 첫 승을 거뒀다고 고백하고 있다.

1999년 10월 28일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사방의 숲은 단풍으로 물들어 있고 소롯길마다 쓸쓸히 낙엽이 지고 있다.

32강전 때만 해도 푸른 여름이었는데 벌써 가을이다. 돌을 가리니 趙9단의 흑. 저쪽의 이창호9단도 흑이다.

엉덩이를 뒤로 뺀듯한 흑7이 묘하다. 백이 '가' 로 밀면 눈사태형으로 가고 '참고도' 백1로 받으면 흑3까지 고전적인 형태가 된다. 이 어느쪽도 싫다고 생각한 것이 백8이다.

"흑은 여기서 가볍게 손뺄 수도 있습니다" 고 홍태선8단은 말한다. 趙9단은 그러나 노타임으로 9에 붙여갔고 그리하여 16까지 일단락됐다.

흑도 '나' 의 급소가 있어 썩 좋은 형태는 아니라고 한다. 실리파로 알려진 趙9단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계속 두터움을 추구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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