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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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불리해도 견뎌내는 끈질김이 위력 발휘

총 보 (1~224)〓이창호9단도 언제나 질 수 있다는 것은 이 판을 돌아봐도 금방 알 수 있다. 흑의 창하오는 이 판에서도 무려 다섯번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첫번째, 하변에서 백26에 붙였을 때 흑이 62자리에 두었으면 좋았다. 두번째, 31은 32의 빵때림을 주지 말고 이곳을 뻗었으면 우세했다.

세번째, (이 때가 가장 결정적인데)95로 때려 그냥 살지 말고 '참고도' 흑1부터 7까지 하변 백을 공격했으면 천하의 李9단이라도 이 난관을 넘어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변 백이 살면 흑은 A대신 B로 나와 백 넉점을 잡아버린다. 이렇게까지 달콤하게는 안되더라도 최소한 C의 요소는 흑 차지였을 것이다.

네번째, 117은 후수 10집 끝내기에 불과했다. '가' 로 움직였으면 아직도 흑이 재미있었다. 다섯번째, 127.129로 늘어진 패를 낸 것은 "미쳤다"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상했다. 이 수로 상변을 개척했더라면 여전히 긴 승부였다.

李9단은 불리하더라도 어떻게든 견뎌내는데 창하오는 한번 삐긋하자 눈사태에 휩쓸리듯 무너져버렸다. 이 차이다. 이것이 이창호와 창하오 사이의 아득한 차이다(43.57.91〓5, 46.66〓30, 137.143.149.155.199.205〓129, 140.146.152.196.202.208〓134). 224수 끝, 백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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