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세계바둑]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피흘린 패에 다시 매달리는 기구한 판세

제10보 (183~224)〓한국의 정예들이 춘란배에선 왜 참패를 당하고 말았을까. 중국에 간지 10일도 넘어 긴장이 풀려버린 탓이라고 생각한다.상하이의 농심배에서 7일, 다시 베이징의 춘란배…. 젊은 기사들은 함께 모여 술도 마시고, 지치고… 그랬을 것이다.

상황은 이처럼 간단히 바뀔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바둑 승부는 마음의 문제라서 예기(銳氣)를 잃으면 승부는 금방 밋밋해진다. 이 판의 창하오처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허우적거림 속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창하오는 좌하의 패에 생명을 건 사람처럼 덤볐으나 지금은 그걸 놔둔채 수십수를 두고 있다.195만해도 '참고도' 흑1로 때려내고 싶지만 백2, 4 정도로 계가가 안되니까 결사적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196으로 패가 재개됐고(패를 이기려고 무수히 피를 흘린 다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패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210에서 이 패마저 지고 말았다.

이후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망연히 두어나가던 창하오9단은 224에서 돌을 던졌다. 무수한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 다 놓치고 나중에는 쓸데없는 패를 걸어 비몽사몽에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세계 정상을 꿈꾸는 창하오에겐 이 한 판이 두고두고 악몽으로 남을 것이다(199.202.205.208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