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워크아웃·물타기 … 철도 산업서 등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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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호 28면

‘물타기의 아버지’ 대니얼 드루

월스트리트 저널을 창간한 찰스 다우가 1884년 다우존스지수를 개발했다. 뉴욕증시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때 다우는 철도 종목 9개와 제조업체 2개의 주가를 바탕으로 지수를 산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다. 당시 미국의 주력 산업인 철도에 ‘별로 신통찮은 제조업체 종목’을 섞어 지수를 내는 바람에 다우지수가 미덥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도가 금융을 바꿨다

결국 다우는 1894년 잡동사니 종목인 제조업체를 빼고 순수 ‘다우존스철도지수’를 만들었다. 동시에 제조업체들을 모아 ‘다우존스산업지수’도 발표했다. 미국 산업이 제조업 중심으로 완전히 기운 1차 세계대전까지 뉴욕증시와 다우지수를 대표하는 것은 다우존스철도지수였다. 이후 철도가 쇠락하면서 철도지수도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다우지수의 종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미국 철도가 증권판에 남긴 또 다른 흔적은 물타기(Watering)이다. 경영자들이 추가로 자본금을 거둬들이지 않고 주식 수를 늘려 한 주당 자산이나 장부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 이리철도 재무책임자인 대니얼 드루는 1860년대 코닐리어스 반더빌트의 주식 매집에 대응하기 위해 판사들을 매수해 신주 10만 주를 발행해 시장에 풀었다. 추가 자본금 납입은 없었다. 이게 물타기의 시초였다.

요즘 규모가 일정 수준 되는 모든 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 외부감사는 미국 철도회사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비롯됐다. 미국 철도 투자자들은 1870년 이후 철도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바람에 돈을 날리기 일쑤였다. 철도 자체가 거대한 네트워크여서 외부 투자자가 경영 상황을 점검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채권과 주식을 중개한 투자은행과 증권사에 집중됐다. 결국 그들은 1890년대 철도회사 채권이나 주식을 매입해 투자자에게 중개해주는 대가로 기업 밖의 회계사에게 감사를 받도록 요구했다.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철도회사 경영진으로선 거역할 수 없는 요구였다. 하지만 회계사가 경영진과 짜고 엉터리 감사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뉴욕주가 1896년 법을 제정해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면허를 주기 시작했다. 공인회계사(CPA)의 시작이다.

요즘 금융위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워크아웃(채무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워크아웃도 미 철도산업의 줄파산 때문에 처음 등장했다. 투자은행가 JP 모건 1세는 1880년대 자신이 인수해 유통한 철도회사 채권과 주식이 부실화되자 투자자의 의결권 위임을 받아 철도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위임받은 의결권으로 이사회를 장악한 그는 자산과 부실을 실사하고, 경영진의 능력을 평가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철도회사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 주거나 이자를 깎아 줬다.

여차하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단행해 이자비용을 줄여 철도회사 소생을 도왔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모거니제이션(Morganization)이라고 불렀다. 대공황 이후에는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한다는 뜻의 워크아웃이 모거니제이션을 대신했다. 21세기 최고 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철도회사 투자는 또 어떤 새 금융기법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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