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개폐 논란] 보안법 적용 유연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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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1948년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됐다.

91년까지 일곱 차례 개정된 보안법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대표적 악법으로 꼽혀 왔다. 특히 반공을 국시로 내건 5.16 주체세력은 61년 기존 보안법보다 훨씬 강력한 반공법을 제정했다. 전두환씨 등 신군부 세력은 80년 공산권 전체를 적대시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고려해 반공법을 폐지하고 주요 내용을 보안법에 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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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들어 당초 도입 취지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에 회부된 건수는 98년 395건에서 2001년 116건, 지난해 93건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28명(구속 기소 25명)에 그쳤다.

검찰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인권이 강조되면서 웬만한 사건은 구속 수사를 피하는 등 보안법 적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한총련 대의원 자격으로 각종 시위에 참가한 혐의 등으로 2년 전 수배됐다가 검거된 대학생 K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예전엔 이적단체 가입 혐의가 인정되는 한총련 대의원의 경우 한총련 탈퇴서를 내지 않으면 대부분 구속했다"며 "요즘은 수배 중에 검거돼도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불구속 수사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올 초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 품으로 보내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한 탈북자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국가의 존립과 안위를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또 현재 인터넷의 북한 찬양 카페들에 대해 실태 파악에만 주력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즉시 수사에 돌입해 처벌했을 사안이다.

법원도 관대한 판결을 하고 있다. 서울고법이 7월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핵심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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