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환율에 무역업계 '우왕좌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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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초 개장과 함께 매일 달러당 10원 이상 환율이 오르내리면서 무역업체들이 수출가격 산정 등을 놓고 갈피를 못잡고 있다.

환율이 널뛰자 수출대금을 원화로 계산해주거나, 달러로 주려면 납품때 미리 기준환율을 정해 이 환율대로 지불해달라고 요구하는 국내 납품업체들이 늘어나며 무역업체들이 가격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무역업체들은 지금까지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은 뒤 이 때 환율로 국내 납품업체들에 납품대금을 주는 방식을 보편적으로 적용해왔었다.

이에 따라 현대종합상사 등 일부 무역업체들은 계약이 확실한 품목에 대해서는 미리 선물환 등으로 환헤지를 한 후 원화 견적대로 결제해 주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 금융실 윤종찬 대리는 "연초부터 계약 기준환율을 어떻게 정해야 하느냐는 영업부서 쪽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지금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선 별다른 조언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해외 건설수주를 준비중인 대형 종합상사나 건설업체들도 입찰가격 산정에 고민이 많다.

환헤지는 계약이 성사된 다음에야 선물환을 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할 수 있는데, 미리 입찰가격을 제시하고 수주하는 대형공사의 경우엔 입찰부터 계약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이 사이에는 헤지를 할 방법이 없기 때문.

삼성물산 프로젝트 사업부 권혁준 차장은 "환율에 너무 신경쓰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자재.인력의 해외 조달을 늘려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환 위험을 피해 나갈 생각" 이라고 말했다.

위성수신기기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부품을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20~30% 정도 싼 것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환 위험을 피하려면 제품생산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지원팀 이병태 팀장은 "환율이 요동치면서 중소업체들이 거래보다는 일단 환율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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