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 구조조정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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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윤락가의 상징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 에서 미성년자 윤락행위가 자취를 감추게 될까.

사상 첫 서울시내 여성서장으로 지난 6일 종암경찰서장에 부임한 김강자(金康子.55)총경이 '매매춘과의 전면전' 을 선언하고 나서자 업주들은 경찰서에 협박전화를 거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수십년 동안 검찰과 경찰의 집중 단속에도 살아남은 '생명력 있는' 윤락가여서 金서장의 의지대로 정화될지에 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 업소 반발〓金서장이 취임 당일 두 차례나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단속의지를 보이자 업주들은 겉으로는 "자율정화를 통해 적극 협조하겠다" 고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6일 밤 종암서장실에는 "이렇게 하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 "가만두지 않겠다" 는 등의 협박전화가 5통이나 걸려왔고 7일에도 업주들과 주변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한 업주는 "며칠 새 매상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 볼멘소리를 했다.

윤락가 주변의 음식점.화장품점.약국 등의 반발도 마찬가지. 20년 이상 이곳에서 순대를 판다는 金모(54.여)씨는 "우리처럼 힘없는 서민들의 생계 수단마저 빼앗는 게 말이 되느냐" 며 강하게 항의했다.

자율정화위원회 천일수(千一洙.55)위원장은 "업주들을 6개조로 나눠 매일 감시활동에 나서기로 했지만 업주들과 주변 상인들의 분노가 상상 외로 거세 언제 폭발할지 모를 상황" 이라고 말했다.

◇ 金서장 전략〓종암서는 미성년자 고용업소를 신고하는 시민에게 2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의경들을 대상으로 지문 판독 능력교육을 실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金서장도 8일 오전 11시 업주 1백50명을 불러 미성년자 매매춘 근절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업주들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다.

그는 하루에 한차례씩 현장에 나와 단속을 벌여 올해 안에 10대들의 윤락행위를 뿌리뽑을 계획이다.

◇ 격려.전망〓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7일 오전 金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전화 등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 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단속하라" 고 격려했다.

또 이날 "협박에 굴하지 말라" 는 시민들의 격려전화 수백통이 종암서에 쇄도하는가 하면 서울 YMCA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도 8일 종암서를 격려 방문키로 했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책에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소나기처럼 왔다가는 연례행사일 뿐" 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업주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박신홍.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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