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오는 해외 인턴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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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인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전 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는데…."

5일 오전 3시 서울 서초동의 해외 인턴십(intern ship.직업연수)) 알선업체 U사 사무실. 신청비로 냈던 490여만원의 환불을 요구하며 밤을 새우던 김모(24.여)씨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취업 준비생인 김씨 등 11명은 지난해 10월 '1년간 미국 알래스카의 C호텔에서 인턴으로 일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 업체에 지원했다.

'지원자 모두 영어를 많이 쓰는 데스크 안내직이나 서빙에 종사한다'는 설명에 이들은 거액의 신청비를 내고 출국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이들은 업체가 약속했던 출국 예정일을 두 달을 넘기고도 미국 취업비자조차 받지 못했다.

외국어와 실무를 동시에 배운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인턴십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각광받자, 과장광고가 판을 치고 영세업체가 난립해 지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인턴십은 미국.영국.호주.중국.일본 등의 현지 업체에서 3개월에서 1년가량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것. 보수도 미국의 경우 연 2만~3만 달러를 받지만 중국에선 월 30만원 선에 그치는 등 국가.업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인턴십 지원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애초 알선업체에서 약속했던 것과 전혀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것이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일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미국의 한 호텔로 갔던 최모(25.여)씨는 6개월 동안 세탁일만 하고 돌아왔다. 최씨는 "현지에 가보니 안내 데스크나 웨이터 등의 자리는 영어에 능숙한 일부를 제외하곤 얻기 힘들었다"면서 "대부분 객실 청소나 세탁실에서 일하다 돌아오기 일쑤"라고 말했다.

아예 수속비 명목으로 거액의 신청금을 받고 잠적하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7월 '2개월 이내에 해외인턴으로 출국할 수 있다'는 업체의 말을 믿고 430만원을 입금했던 장모(28)씨는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출국조차 못하고 있다. 결국 이 업체는 지난달 사무실을 폐쇄하고 연락을 끊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부에 등록을 한 알선업체는 27개에 불과하다"면서 "등록조차 하지 않은 영세업체 중에는 신청금을 챙겨 잠적한 뒤 회사 상호를 바꿔 버젓이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알선업체와의 약관이 불공정하지는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인성.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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