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독감 열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구촌이 독감(influenza)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맹위를 떨치는 독감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환자가 속출, 나라마다 백신 주사약과 병실이 동이 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ABC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에선 지난달 말 주(州)정부가 독감경보를 발령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의 병원에서는 연초에 독감환자들이 폭주해 응급실에서 12~18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시 등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일부 병원들에서도 넘치는 환자들로 병실이 초만원 사태를 빚고 있으며 일부 환자들을 되돌려 보낸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의료 관계자들은 독감이 보통 1월에 시작돼 2월에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데 올해는 한달 정도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특히 성탄절과 연말파티.신년 연휴 등으로 이어지면서 병원들이 문을 닫자 독감 환자들은 변변히 치료도 못받은 상태에서 각종 모임에 참석, 독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대서양 건너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왕립의과대학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현재 10만명 중 1백24명이 독감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매주 두 배 가까운 속도로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브닝스탠더드지는 최근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 응급실로 옮겨지지 못하고 구급차 안에서 치료를 받는 일이 목격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병원들이 병실을 제공하겠다는 제의까지 해왔다' 고 보도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이번 독감에서 복통.마른 기침.두통.흉통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독감 바이러스는 시드니A형(A H3N2).

의사들은 "치료가 어려운 종류는 아니지만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홍콩A형과 소련A형 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의 1주일 동안 일본 전역에서 학생들만 1만여명이 독감에 걸려 고열과 전신 권태의 증세를 보였고, 일부 병원에선 예방접종 백신이 동났다.

한편 롬바르디아.베네토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도 최근 독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칠면조.닭 등의 가금류에까지 독감이 번져 수십만마리가 죽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