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과학 선진국이 되려면 국내 과학자도 잘 길러야 하지만 우수한 외국 과학자를 많이 영입해야 해요. 그러나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살기에는 너무 불편합니다.”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외국의 경우 이름과 e-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나(예: Amazon, eBay, Twitter) 우리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인터넷 쇼핑, 신용카드 발급, 공연표 온라인 구입, 휴대전화 가입도 못하는 등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15년 전 보증인을 세워 내 휴대전화를 가입해 놓은 덕에 내 이름으로 아내와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가입해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학생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어떻게 고치면 되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등록증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신분이 확실하고 일정 수입이 있는데 그런 제약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주민등록번호 이외에 외국인 과학자들이 한국을 기피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걸 시급히 고쳐야 하나.
“과학자뿐 아니라 그 가족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가족과 떨어져 살려고 하지 않는다. 주요 도시에 외국인 학교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또 외국인 과학자를 유치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이들에게 불편하지 않게 행정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POSTECH은 국제화돼서 잘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은 그렇게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 과제 수행에 불편하지 않나.
“연구 과제 제안서와 결과 보고서를 한글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나는 불편함이 없지만 한국말과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전공 분야인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 조언을 한마디 한다면.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기회를 많이 놓쳤다.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너무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 이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는 꼴이다. 외국 업체들은 한국 업체가 개발해 한국에만 서비스하는 것을 뒤늦게 모방하는 데도 세계 강자가 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변선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