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민부 '균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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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달이 오르면 배가 고파

배 고픈 바위는 말이 없어

할 일 없이 꽃 같은 거

처녀 같은 거나

남몰래 제 어깨에다

새기고들 있었다.

징역 사는 사람들의

눈 먼 사투리는

밤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푸른 달빛

없는 것, 그 어둠 밑에서

흘러가는 물소리

-김민부(金敏夫.1941~1972) '균열(龜裂)' 중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42년 전인 1958년 만 16세의 천재소년 김민부는 시조 '균열' 로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의 '기다리는 마음' 이 장일남 작곡으로 우리의 가슴에 해와 달을 뜨고 지게 해주고 있지만 김민부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신은 천재시인을 질투하여 일찍 데려간다든가, 저 소월이나 에세닌의 생애와 비슷한 나이인 '서른 한 살에 석유난로 불에 목숨을 끊은 김민부, 그가 내게 준 하나뿐인 시집 '나부(裸婦)와 새' 는 오늘도 내게 시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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