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신춘중앙문예 평론부문]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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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네 편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였다. 이은영씨의 '음식남녀의 몸읽기' 는 신인 김곰치의 장편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을 요즘 유행하는 몸담론으로 분석한 글이다. 그런데 해석은 흥미로운데 정작 비평의 생명인 평가는 실종됐다.

자신의 눈으로 작품의 몸 속으로 개입해 들어가는 비판적 거리가 부족한 게 요즘 비평의 통폐인데, 그런 흠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백우현씨의 '소통과 대화로서의 '글쓰기' :신경숙의 자전적 내면 탐구를 중심으로' 는 뛰어난 문장력과 일관된 주제의식과 성실한 논증력으로 신경숙의 문학세계를 무난하게 풀어나갔다. 이 글도 해설적 성격을 크게 벗어난 게 아닌데, 너무 무난한 것이 문제다.

김영찬씨의 '집 바깥에서, 자기반성의 글쓰기 : 신경숙의 '외딴방' 론' 은 현실과 허구 사이의 위기에 예민한 그녀 특유의 글쓰기 자체를 문제삼은 글이다. 분석이 빛나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범범했다.

김원규씨의 '성정치/욕망의 탈주 : 70년대 최인호, 황석영 소설에 나타나는 성과 신체의 의미' 는 작가론 또는 작품론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경향을 가로질러 독자적으로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이 참신하다.

미셸 푸코식 성 담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 담론이 범람하는 90년대 문학을, 그 전사에 해당하는 70년대 문학에서 에둘러 파악하는 방법도 흥미로운데, 황석영과 최인호라는 일견 상반되는 작가들을 묶어서 봄으로써 전통적인 리얼리즘/모더니즘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의욕도 신인다운 패기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실제의 분석에서는 후자는 과대평가, 전자는 과소평가된 측면이 눈에 뜨이는 것이 흠이고, 결론도 의욕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상 네 편에 대한 토론 끝에 그래도 보다 넓은 시야에서 오늘의 한국문학이 당면한 문제를 개척적으로 해결하려는 도전정신을 보인 김원규씨를 당선자로 삼는 데 합의하였다.

<심사위원 : 홍기삼.최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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