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맞추자] i세대를 위한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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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저귀를 졸업하자마자 인터넷 세계로 - . 인터넷이 보편화한 1994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이렇게 삶을 시작한다.

'i세대' 로 불리는 이들이 21세기를 이끌어갈 신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6세의 김동혁군은 1994년생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개구쟁이지만 아빠 어깨너머로 배운 컴퓨터 실력이 제법이다.

아빠가 컴퓨터를 하다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북마크된 키즈도메인(http://www.kidsdomain.com)에 들어가 포켓몬스터 퍼즐을 맞추며 즐거워한다.

96년생인 이종윤(4)군은 인터넷에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elife21.com/baby/jong)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아빠가 만들어 준 이 홈페이지에는 세상에 나와 큰 소리로 우는 모습 등 그동안의 성장과정이 담겨 있다.

i세대. 장난감 대신 키보드나 마우스를 만지고 놀며 자란 아이들. 키보드에 쓰인 한글의 자모음이나 영어의 알파벳이 똑같이 생소하지 않다.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책 대신 CD롬에서 나오는 화면과 컴퓨터음으로 말을 깨우친다.

그때그때 따라하고 흉내낸 영어도 제2모국어라고 할 정도로 쉽게 익숙해져 간다.

부모세대가 '486' 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이들은 '펜티엄' 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홍성욱(과학기술사)교수는 "i세대는 앞으로 완벽한 사이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터넷공간의 중핵적인 역할을 할 것" 이라며 "기성세대는 서둘러 이들의 성공적인 세상 진입을 위한 준비를 하며 이들과 함께 살 채비를 차려야 한다" 고 말한다.

i세대의 미래는 낮과 밤이 없다.

인공지능을 갖춘 집에서 낮과 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아무 때나 자고 아무 때나 일한다.

자신이 잠든 시간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갖가지 업무가 자동적으로 처리된다.

몸은 하나지만 몇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런 대변혁을 겪을 i세대를 위해 기성세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기성세대는 일반적으로 기존생활에 안주하며 변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앞으로 변화에 대한 거부는 생존 자체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우선 인터넷에 대한 마인드부터 새롭게 가져야 한다.

인터넷이 일부 인텔리층의 사치품이 아니라 삶의 기본도구라는 것, 또 영어는 좋든싫든 제2의 모국어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정의 노력도 중요하다.

부모들로서는 i세대를 이끌어주는 일이 곧 자신이 앞으로 이들과 함께 살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사는 서현주(30)씨는 재윤(4).해윤(3)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는 영어만 사용했다.

이 사이트를 활용해 영어공부를 한 덕에 큰아이 재윤은 벌써 인터넷 온라인게임을 할 줄 안다.

서씨는 "인터넷과 영어를 하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영어를 사용했다" 며 "내 스스로도 인터넷과 영어를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 말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개인적인 노력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광형(전산학과)교수는 "아무리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가치가 날로 높아진다 해도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전통적 인문교육이 무시돼서는 안된다" 고 지적하고 "전통 교육과 디지털교육이 조화를 이뤄야만 비로소 창조적인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홍강의 교수는 "아이들은 또래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기본적인 규범과 충동 조절능력을 배우는 것" 이라며 "i세대들이 또래문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스킨십.대화 결핍으로 인해 불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고 말했다.

유지상.이경선.홍혜걸.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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