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담화 의미] 화합의 큰 정치 밑그림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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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9일 '대화합의 역사' 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시점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과오' 에 대해 속죄하고, 과감한 결별을 다짐했다.

20세기에 털어버려야 할 대상으로 지역감정.이기주의.정치적 대립과 혼란을 들었다.

金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관행과의 결별을 "우리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는 자유선언" 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金대통령은 국민 대화합의 조치를 내놓았다.

그 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여야의 큰 정치▶IMF 경제위기 속에 법적 제재를 받은 서민층에 대한 선처▶경제분야 관용이다.

어려운 시기에 뜻하지 않게 저지른 과오들은 모두 털어버리고 새 천년의 경제발전 대열에 동참시키겠다는 뜻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노동.시국사범 7명을 석방 대상에 포함한 것도 노사화합을 촉구하는 부분이다.

특히 金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 내가 당선되면 이민(移民)가겠다고 말하던 분들까지 IMF 극복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해주었다" 며 화합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려 했다.

金대통령이 불만스럽게 지적한 부분은 정치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화합과 협력의 대정치를 위해 "문제가 된 사건들에 대해 원칙있는 처리를 통해 최대한 관용하겠다" 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건은 17건이나 되는 여야간 고소.고발, 세풍(稅風.국세청 이용 불법 대선자금 모금).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의원 사건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한다.

고소.고발 중 "정쟁(政爭)과정에서 생긴 것은 취하할 것" 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덧붙였다.

세풍은 金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새해초 회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측은 전망했다.

鄭의원 문제는 검찰 인지사건 등 정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내용들이 얽혀 있어 일괄처리는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측 입장이다.

최소한의 검찰 조사와 사과 표명을 거친 뒤 관용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이 '원칙있는 처리' 라고 한 것은 그런 절차를 의미한다.

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측에 대해서도 대화합 조치를 할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예고했다.

다만 여론의 반발이 있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인길(洪仁吉) 전 총무수석비서관의 경우 여권 내부에 동정론이 확산돼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크며, 金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한 복권도 여론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남파간첩 장기수 2명을 석방하기로 결심한 것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장기수 없는 인권국가' 로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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