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사장 “집에 들이닥쳐 조사 당황” 국세청장 “기업 많아 무작위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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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백용호 국세청장(오른쪽)과 김기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과의 간담회장에 함께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느닷없이 회사로, 집으로 들이닥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이 워낙 많아 무작위 조사가 불가피하다.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있다.”(백용호 국세청장)

백용호 국세청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로 찾아가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났다. 청장 취임 후 경제계 인사와 공식적인 자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 청장은 중앙회 현관의 국화를 보고 “중소기업이 이렇게 활짝 폈으면 좋겠다”는 덕담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기업을 섬기겠다는 국세청, 국세청 눈치가 보이는 기업. 그래도 간담회는 시종일관 부드러웠다. 물론 입장 차이가 없을 순 없었다. 초점은 역시 세무조사였다.

주대철 중앙회 부회장은 “기업인을 놀라게 하는 세 가지가 검찰 소환, 경찰 출두, 세무조사”라며 “도적적이고 양심적인 기업은 세무조사 걱정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악의적인 인터넷 투서가 많으니 옥석을 가려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적자가 났다고 하면 세무조사가 나올까 걱정이 돼 적자를 흑자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 청장은 “세무조사는 할 수밖에 없다. 대신 불편은 최소화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상속·증여세에 대한 걱정도 빠지지 않았다. 강상훈 동양종합식품 대표는 “독일은 고용을 장기간 유지하면 가업 승계에 대해선 상속세를 완전 면제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앙회장은 “납부 연기 제도가 있지만 결국은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한다”며 “기업을 이어받은 사람이 돈을 벌어 낼 수 있게끔 획기적으로 바꿔 달라”고 말했다.

영세업자들의 호소는 구체적이었지만 집행부처인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소순기 자동차전문정비사업 회장은 “자동차 품질이 좋아지면서 정비소에 손님이 없다”며 “부가세 납기를 연장해달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공동 구매·물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데 세금을 더 내게 될까 봐 가입을 주저한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백 청장은 “세원을 더 넓히고 세율은 낮춘다는 게 기본 철학”이라며 “공평하고 투명하게 할 테니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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