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자활성공수기 금상 수상한 홍미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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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제 어두운 터널에서 겨우 빠져나오는 것 같아요. " 장애인 부모, 남편과의 결별, 딸의 언어청각장애, 교통사고로 인한 다리절단….

2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자활성공수기 금상을 수상한 홍미숙(32.여.충남연기군)씨의 지난 십년간은 파란 그 자체였다.

22세 때인 89년 결혼, 단란한 가정을 꾸려보려던 꿈에 부풀어 있던 홍씨에게 먼저 찾아온 불행은 택시를 몰던 남편이 낸 인명사고. 교통사고로 거액의 합의금을 물고 직장까지 잃은 남편은 실의에 빠졌다.

이어 91년 봄에 태어난 딸은 언어청각장애(1급)여서 홍씨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술에 빠져 난폭해져가는 남편과 97년 이혼한 홍씨는 화장품 외판에 나서며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교통사고로 또한번 좌절했다.

"그날도 화장품을 팔러 오토바이를 몰고 집을 나섰지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차량을 피해 핸들을 꺽는 순간 가로수를 들이받았고 4~5미터 아래 하천으로 굴러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습니다.

"

홍씨가 병원에서 의식을 찾았을 때는 이미 한쪽 다리가 잘려나간 뒤였다.

삶이 완전히 뒤엉킨 것이다.

"몸 아픈 건 고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딸마저 귀찮기만 했죠. "

행상에 나선 장애인 부모와 딸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홍씨는 98년10월 충남연기군 사회복지전문요원 주성만(朱晟晩.39)씨를 만나 재활의 꿈을 키웠다.

朱씨의 주선으로 생활안정기금 1천만원을 융자받은 홍씨는 조치원읍 변두리에 10여평짜리 가게를 인수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열심히 장사에 매달렸다" 는 홍씨는 드디어 올 6월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에서 벗어났고 전 남편과의 재결합도 고려하고 있다.

홍씨는 "이런 글을 쓸만한 자격이 있는지 몰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어려운 시련속에 있는 모든 분들께 작으나마 용기를 드리고자 펜을 들었을 뿐" 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자활성공수기 응모작중 박선자(朴善子.여.37.광주시)씨등 25명에게 상금과 상장을 각각 수여했다.

글〓권영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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