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추락원인] 엔진에 문제 있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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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 원인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의 데이비드 킹 반장 표현대로 "사고 원인을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단계" 다.

하지만 몇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현지 항공전문가와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사고 원인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엔진 이상이다.

현재로선 가장 설득력있는 추론이다.

이륙을 위해 엔진이 완전 가동되던 상태에서 이상이 생겨 엔진이 멈추거나 폭발했다는 것이다.

공항 활주로에서 엔진 잔해가 발견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BBC방송은 사고기가 이륙할 때 이미 엔진에 불이 붙어있었다는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본지 기자가 만난 목격자 로버트 메이스(50)도 "엔진음이 갑자기 멈추더니 몇초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하늘에 화염이 치솟고 잔해가 사방에 떨어졌다" 고 말했다.

이 경우 두개 이상의 엔진에 동시에 이상이 발생하는 다중 엔진이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잉747의 경우 엔진이 네개며, 이중 한개에 이상이 있어도 이륙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엔진 이상이라 해도 그것이 엔진 자체의 결함인지 정비불량 탓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사고기에 장착된 엔진은 '프랫 앤 휘트니 JT9D' 로 과거부터 결함 가능성이 있어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지난해부터 정밀조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인화성 화물의 폭발이다.

사고기에 실린 63.7t의 화물 가운데 1백99㎏이 페인트.벤젠 등 인화성 물질이었다.

그러나 화물칸 발화나 폭발로 인한 사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화성 물질이 소량인데다 규정에 따라 포장.적재된 화물이면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테러나 불가항력적 조종불능 상황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확한 사고원인은 조사가 상당기간 진행된 뒤에야 밝혀질 전망이다.

그레이트 핼링베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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