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명령위반죄는 위헌” 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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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군사법원이 철책 정찰 등을 하지 않은 군인에게 적용된 군형법상 명령위반죄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했다. 위헌 제청을 한 군사법원은 지난달 26일 민간인의 철책 절단·월북 사건이 일어난 22사단 소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9월 18일 군형법상 명령위반·무단이탈 등 혐의로 기소된 A중사(24)에 대한 재판에서 “군형법 47조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등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군형법 47조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명령위반죄는 단순히 명령 또는 규칙이라고만 규정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행동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고성의 해안 소초에 근무하던 A중사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5일까지 ‘아침에 작업이 있다’거나 ‘통닭이 먹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해안 백사장·철책 정찰을 하지 않거나 소초를 이탈한 혐의로 7월 31일 구속 기소됐다.

권석천 기자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의 내용은 미리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의 기본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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