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가산점 위헌'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헌법재판소가 23일 군필 남성의 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군 경력에 대한 '사회적 혜택'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계 등 폐지론자들은 "남녀 평등권을 구현한 결정" 이라며 환영하고 있는 반면 군필자 등 존치론자들은 "병역의무만 있고 보상을 없애버리는 무책임한 결정" 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실태〓61년 제정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1일 20인 이상 고용하는 공.사기업체 등 취업보호 실시기관은 제대 군인에 대해 3~5%의 가산점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군필자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채용시 가산점▶입사후 임금차별▶경력인정 등 세가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이 세가지 모두를 채택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은 사정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다.

◇ 찬반 논쟁〓95년 이화여대생 1천9백여명이 청와대 등에 7,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가산점제도 폐지를 청원하면서 찬반논쟁의 불을 댕겼다.

이어 98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헌법소원을 제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IMF를 겪으면서 공무원 등 입사시험의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가산점제도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가 계속돼 왔다.

◇ 폐지론〓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파군 복무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에게 채용시험에서부터 불이익을 주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현재 7급 공무원시험의 합격점이 90점을 훨씬 상회하는 상태에서 제대 군인에게 평균 3~5점을 가산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사실상 합격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또 신입사원에게 군필호봉을 인정하고 호봉연수와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을 결정할 경우 여성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여성단체연합은 23일 논평을 내고 "헌재의 판결은 국민의 평등권.공무담임권.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데 기여할 것" 이라고 평가했다.

◇ 존치론〓존치론자들은 군 가산점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병역의무를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자진해 이행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에 대해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의 목적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의무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군 제대자가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경우 얻은 점수의 5%를 가산해주고 있는 예를 들고 있다.

한국남성운동협의회 정채기(鄭菜基)회장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이 군 복무로 인해 보는 사회적 피해를 도외시한 결정" 이라고 말했다.

고대훈.최재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